13 2014년 10월

때가 되면 가는 것이다.
산 자는 살아있어 할 게 애도밖에 없다.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자신의 생각이 중요할 뿐.

당신이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늙어 익힐 노래도 많지 않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어쩌면 있을 자식이 내가 모르는 동요를 부르자면 그때나 새로운 노래를 익힐까.

더 많은 노래를 부르지 않은 게
나는 오히려 안심이다.
이제 내가 모르는 기회가 될 때마다 들으면 된다.

나이 든 자들이 왜 트로트만 부르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잘 하는게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 것이다.
산다는 게 그렇다.

나는 당신의 노래를 제대로 부르려고 노력했다.

그게 좋았기 때문이다.

12 2014년 10월

조해진 천사들의 도시를 읽었다.
자정을 넘겨 펼쳐든 게 실수였다.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끝까지 읽었다. 해설까지 읽었다.

위로는 평범한 자들의 것이다. 평범한 자들은 남의 아픔을 자신의 가슴에 잘 새기지 않는다.
평범하지 않은 자들은 이런 책이 필요가 없다.

대중적이긴 힘든 작가같다.
작품은 나쁘지 않다.

많은 해설들이 그렇지만, 신영철은 터무니없이 현란하다.

11 2014년 10월

92두18XX 스타렉스. 주차금지구역에 차를 세우길레 잡았다. 30분 안에 나간다기에 그러라고 했다. 근데 세 시간 동안 나타나질 않는다.

그 사이 주민 둘이 나에게 호통을 쳤고, 팀장이 왔다. 다음부터 이런 주차위반은 미연에 단속하라는 말을 10분 동안 들었다.

한소리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벼르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차가 없었다.

빈자리가 횡하다.

10 2014년 10월

내 조의 팀장은 젊다. 삼십대 후반으로 업계 최연소에 속하지 싶다.

이 친구는 흥분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이 가지기 힘든 미덕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마찬가지다.

대신 조근조근 비슷한 소리를 10분 동안 반복한다.
이 반복을 계속 반복한다.

똥 싼 놈이 화가 날 지경이다.

그래도 나는 '네네', 대답은 잘 한다.


9 2014년 10월

날이 밝아올 무렵, 라디오를 틀었다.
웬 스님이 강의를 한다.

똥 싸고 손으로 닦는 게 제일 위생적이라고 한다.
인체 부위 중 가장 더러운 두 곳의 만남이 더 없는 청결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그것도 숲에서, 들에서, 자연 속에서 싸고 손으로 닦아내란다.

열 손가락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8 2014년 10월

새벽에 쓰레기를 잘 지켜달라고 분리수거업자가 나에게 부탁했다. 전쟁처럼 훔쳐간단다.
사과 한 알을 주며 재차 신신당부했다.

새벽 4시.
뭔가 부스럭거려서 득달같이 달려나갔다.
외소한 할머니 한 분이 뒤뚱거리며 종이를 주섬주섬한다.

어정쩡하게 있다가 담배 한 대 태우고 초소로 들어왔다.

추워서 문을 꼭 닫았다.


7 2014년 10월

목요일 저녁 6시부터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쓰레기 분리수거가 진행된다.

천여 세대가 일제히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온다. 시끌벅적하다. 오전부터 슬그머니 내다버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폐기 쓰레기를 섞어서 버리기도 한다.

한 아주머니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자 그냥 봉투를 던지고 뒤돌아 가버린다.

얘기를 더 해보려다, 그냥 뒤돌아섰다.

6 2014년 10월

모기가 살만 한 추위다.

서리서리 접혔다가 굽이굽이 펴지는 밤.

5 2014년 10월

민원이 빗발쳤다. 술취한 동대표가 차로 길을 막아놓고 한 시간을 사라진 탓이다. 나는 상황실에 보고했고, 상황실에선 해당 세대로 연락을 했다. 답변이 예술이었다. 마저 한잔하고 내려오겠단다.

편의점 탑차가 뒤에서 오도가도 못했다. 머리 허연 주민 한 분이 저 차 안 치우고 뭐하냐고 소리친다. 앞에 붙은 휴대폰으로 연락해보았다. 없는 번호다.

잠시 후 차주가 나타나 슬그머니 차를 빼려했다. 길 막고 이렇게 오래 사라지면 어쩌냐고하자 자기는 10분만에 왔단다. 또 내 태도가 굉장히 고압적이란다.

우습다.

경비가 입주민에게 그것도 동대표에게 고압적이어봐야 얼마나 했겠냐마는, 그는 무려 동대표 회의에서 오늘의 일을 안건에 넣겠단다.

똥 싼 놈이 성내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마는.

4 2014년 10월

10:37 궁극의 아이 읽기 시작. 20:28 다 읽음.

두 번 읽을 소설은 못된다.

건축무한육각면체의 비밀이 괜찮다고 들었는데 이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겠다.

자신의 글쓰기를 건축에 비유했는데, 내 보기엔 정교한 초가집이다.

아파트, 빌딩은 역량이 안 된다.

3 2014년 10월

12시가 넘어가면 슬슬 배가 고파온다. 하지만 도시락을 먹는 건 한 시간 뒤로 미룬다. 저녁도 한두 시간 뒤로 미룰 것이다.

내일 아침까지 있어야 하므로 일찍 까 먹었다가는 새벽이 괴롭다.

편의점에서 군것질하는 돈도 아쉽다.

2 2014년 10월

할아버지 한 분이 초소에서 의자를 빌려갔다.
감을 딴다고 했다.

감 세 개를 따서 나에게 주었다. 감나무 앞 아파트 주민이 항의해서 감을 더 못 딴다고 투덜거렸다.
가지 채로 꺾어서 주시길래, 고맙다고 했다. 감은 저녁에 먹으려고 서랍에 넣었다. 가지는 버렸다.

30분 후에 할아버지가 다시 오더니 감나무 막대기를 못 봤냐고 물었다.
근처에 간 적이 없다고 하자 라면 사러 갔다 온 사이에 없어졌다며 또 투덜거린다.

묶어 놓은 가위까지 없어졌다며, 이상한 사람들 많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1 2014년 10월

4대보험 적용
월급 세전 155만 원
24시간 격일제 근무
식비 없음, 식사는 시켜먹든지 도시락 싸오든지 초소에서 혼자 자유롭게 먹으면 됨
야간에 졸다가 걸리면 시말서, 시말서 세 번 쓰면 아웃.

"조건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다고 하셨죠?"
"내일부터라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네, 그럼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8시 10분까지 오시면 됩니다."

팀장은 보안대원임을 강조했다. 50세 넘어가면 뽑지 않는다고 했다. 단순히 경비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뭐,
해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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